<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를 보고 왔다. 작년부터 직장인도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회의 '을'로써 살고 있는 쿰쿤씨.
일전에 구입한 김보통님의 <회사원 고독이 피규어 3종세트>를 구입한 쇼핑몰에서 구매 고객 대상으로 자체 추첨을 해서 이 영화의 예매권에 당첨이 되었다. 맥스무비를 통해서만 예매할 수 있었는데, 내가 관람 하려는 시점에는 이미 상영관을 찾기가 힘든 영화였다. 10월 19일 개봉했고, 나는 10월 29일에 보았으니까. 서면의 메가박스에서 오후 한시에 상영하는 것을 발견해서 오후 한시 10분 영화를 예매했다. 영화 덕분에 간만에 서면까지 나갔다. 솔직히 서면까지 나가는 것은 힘든 일이기는 하다. 덕분에 맛있는 크로아상을 먹기는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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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선배인척 하는 못된 선배 |
말끔하게 생겨서 못된 짓 하는 얄미운 선배. 도와주는 척하는 착한 선배인 줄 알았는데, 주인공 빅엿 먹이고 애써 영업한 건수까지 빼앗아 간다. 그래놓고 주인공이 큰 영업건을 따내면 자기는 지금보다 더더 해내야하는데 그러면 버틸 수가 없어서 그랬다고 말한다. 솔까 용납이 안된다. 어차피 회사 관두는 입장인 주인공은 굳이 그녀에게 화낼 필요도 느끼지 못했겠지만.
죽는 것보다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더 어려울까?
물론 세상은 넓고 회사도 많다. 회사를 다니는 것이 죽을만큼 괴롭고 힘들다면, '버티지 말고'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살자. 살아있으면 분명 어떻게든 된다. 이게 뭔 소리야 싶겠지만, 정말 살아있다보면 '아 그때 죽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라고 생각하게 되는 날이 반드시 온다. 나의 경우엔 그랬다. 그 기간이 십여년이라는 아주 긴 기간이었지만, 그럼에도 분명 '살아있기를 잘했어!'라고 말하게 되는 때가 오고야 말았다. 당장 죽을 거 같지만 그렇지 않다. 다만 '처음부터 다시'가 두려운 것은 아닐까. 이제까지 쌓아 온 것이 아깝고, 이걸 버리면 내게 남은 게 없는 것 같으니까.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것이 두려워서 지금을 버티고 또 버티는 건 아닐까. 영화는 말한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또 다시 시작하고 그렇게 살아가면 된다고. 회사를 다니다간 죽을 것 같아서 살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 김보통님의 에세이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처럼 마음을 편안해지게 하는 영화였다. 아직 괜찮으니 무리하지마. 라고 말해주는 영화.
다만 한국의 부모님은 다카시처럼 '회사 그만둬도 돼?'라고 말했을 때, 다카시의 부모님과는 다른 대답들을 할 것 같아서 그것이 좀 안타깝다. 어차피 부모님이 인생을 살아주지는 않는다. 대신 버텨주지도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이다. 그러니 힘내자, 모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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