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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주일 미사 (오전 미사)

창작욕은 주로 밤에 솟구친다. 그래서 밤늦게 새벽까지 일하고 오전에는 잠을 자는 편인데, 그렇다 보니 주일 아침 일찍 하는 주일 교리반에는 참여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수요 교리반에 참여하고 있는 중인데, 어쩐지 5일 주일에는 새벽 6시에 눈이 떠졌다. 눈이 떠지면 오전 미사를 가볼까. 하고 생각을 하고만 있었는데 눈이 반짝 떠진 것이다. 매일 정오가 지나야 일어나는 나였기에 일찍 일어난 민민이 보고 무슨 일이냐고 했다. 민민은 항상 일찍 일어난다.

아무튼 모처럼 일찍 일어나기도 했고 주일 미사에 참여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9시에 하는 오전 미사를 가보기로 했다. 우왕! 가방에 '신앙생활 안내서'랑 '미사통상문'을 챙겨 넣고 '예비신자 카드'도 챙겨서 성당으로 향했다. 다행히 성당이 걸어서 10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아주 일찍 도착했다.


성당에 들어갈 때도 아침 9시가 되기 10분 전쯤이라서 꽤 밝았는데, 미사를 마치고 나올 때는 어쩐지 더 밝아진 기분이 들었다. 마리아님께 인사를 드리고 성당 안으로 들어가서 2층 본당으로 향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성당 가기 전까지의 나의 고민은 '헌금'을 어떻게 내야 하는 것인가!!였다. 흰색 봉투에 넣어서 넣어야 하는 걸까.. 하고 '헌금 내는 방법'에 대해서 검색을 해 보았는데, 마땅히 별게 나오지 않았다. 결국 가서 봉사자님을 만나면 물어봐야지 하고 가방에 흰색 봉투를 하나 챙겨서 성당으로 향했다. 2층 본당 앞에는 그 주의 주보와 함께 여러 가지 봉투들과 팜플렛과 뭔지 알 수 없는 여권케이스 같은 것과 이름을 적는 종이가 있었다.

어째서인지 봉사자님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엄청나게 헤매다가 막 들어가시려는 분께
"예비자인데요, 헌금은 어떻게 내는 건가요?" 하고 여쭤보고야 말았다. 나는 헌금을 내야 하기에!!
다행히 여권 케이스같이 생긴 녹색과 빨간색 표지의 그것에 돈을 끼워서 넣고 내면 된다고 했다.
오! 그렇구나. 빨강과 녹색의 차이가 뭔지는 모르겠다.
옆에 이름과 무언가 적을 수 있는 종이가 있는데, 그것을 적어 같이 내면 기부금 연말정산이 된다 한다.
뭐라고??? 헌금을 연말정산을 해 준다고???? 신세경이다!
개신교회 근처를 몇 번 오가면서 헌금이 연말정산된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그러고 보니 교황님이 바뀌면서 교단에서 운영하는 곳들 전부 세금 내라고 했다는 말이 있던데 천주교는 어마 무시하군. 쪼금 호감이 커졌다. 무사히 헌금 내는 여권 케이스 같은 그것을 챙기고 주보도 챙기고 위령성월 봉투? 도 챙겨서 본당 안으로 들어갔다.

지난번에 본당 입당 전에 성수를 찍어 성호경을 긋는 것을 배웠기 때문에 성호경을 긋고 기도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지난 교리에서 '예비자 자리가 여기랍니다~'라고 봉사자님께 들었기 때문에 거기에 가서 앉았는데 나밖에 없었다. 으아니... 그렇다. 오전 미사가 아닌 오전 11시의 교중미사에 참여하면, 오전 교리 수업 마친 사람들과 함께 앉아 미사를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러나 나는 호기롭게도 혼자 오전 미사를 갔으므로 봉사자님께 받은 '미사통상문'을 펴놓고 옆자리 분들을 힐끔거리며 겨우겨우 따라 했다.

미사 끝나고 찍은 수영 성당 본당

'미사통상문'에는 시작 예식이라고 적혀 있는 게 있었는데, 다른 분들이 그전에 방송에 맞춰 다른 기도를 하셨다. 모두 외운 듯이 한목소리로 말씀하셨는데 미사 통상문에서 찾을 수가 없어서 나는 멍을 때리고 있었다. 그래도 서고 앉을 때는 잘 따라 했다.

노래는 잘 모르지만 의자 앞에 성가 책이 있어서 그걸 펼쳐들고 따라 할 수 있었는데, 몇 페이지인지 모르는 노래는 어찌해야 할지 막막해서 책을 뒤지면서 우물쭈물하기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빔프로젝터로 제단 뒤쪽 벽에 몇 페이지인지 띄워준다. 멍청했다! 너무 당황해서 책만 보느라 앞에 볼 생각을 못했네!

성당 자리 앞쪽에 폭신폭신한 발 받침대 같은 것이 있어서 다리 짧은 사람들을 위한 발 받침대인 줄 알았다. 나중에 보니 기도를 할 때 거기에 무릎을 딛고 무릎을 꿇는 거였다! 세상에!!!! 진짜 큰일 날뻔했다. 옆에 사람들 보면서 안 했으면 당당하게 나 혼자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기도할 뻔 했음.

헌금 낼 때는 찬송가가 나올 때 준비한 여권케이스 같은 것에 헌금을 넣어서 줄을 서서 바구니에 헌금을 넣었는데, 나는 미사 따라 하느라고 정신없다가 뒤늦게 헌금을 케이스에 넣어서 바구니에 넣을 수 있었다. 나는 아직 세례를 안 받았는데 현금영수증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것도 봉사자님한테 좀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영성체 예식! ㅎㅎㅎ 그래도 미리 검색을 해 본 덕분에 세례를 받지 않은 예비신자는 영성체를 모시면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멍청하게 행렬에 따라나섰다가 영성체를 받아 모시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들 행렬을 하는데 내가 자리에 앉아 멍하니 있자, 뒤에 앉으신 자매님이 나보고 몸에 팔로 X자를 하고 나가면 신부님이 축복을 해 주신다고 했다. 오?

엉거주춤 줄의 맨 뒤로 가서 팔로 가슴 위에 X자를 그리고 신부님 앞으로 가니까 신부님이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을 해 주셨다. 뭔가 설레는 경험이었다.

미사통상문을 보면서 겨우겨우 따라 했지만 그래도 첫 미사를 해냈다. 어쩐지 뿌듯! 본당 안에서 미사가 끝나고 나를 반겨주신 자매님과 복사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11시 미사에 참여하면 다른 예비신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본당 밖으로 나와서 신부님과 짧게 대화를 하고 성물 축복받는 것에 대해 여쭤보고 수요일 미사 때 가져오기로 했다. 신부님이 사탕을 주셨다.


1층 내려와서 사무실에 가서 주일미사 참례란에 첫 도장을 찍었다. 뿌듯하다.

미사에 참여하고 느낀 점은,
1. 우리 성당 신부님 정말 재밌으시다. 미사 시작할 때 아재개그 해주신 것도 재밌었다.
2. 무조건 믿어라! 믿어야 천국 간다! 이러는 게 아니라 나누고 베풀고 정진하여 좋은 사람이 되라고 말해주는 것이 너무 좋았다. 장소가 거룩한 것이 아니라 행위로써 그 장소가 거룩해진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이번 주의 주보. 이것은 매주 나오는 걸까?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마태 28,20)
이 말씀은 성당 앞마당의 게시판 맨 위에도 적혀 있는데, 나는 이 말이 괜히 든든하고 참 기분이 좋았다. 홈페이지에서 먼저 본 주보에 '헌미 헌금 봉헌의 달'이라고 되어 있어서 나는 그것이 무언지 너무 궁금했는데, 미사 중에 공지사항을 전달하면서 알려주셔서 알게 됐다. 식사 때마다 조금씩 절약한 헌금이라고 해서 돼지 저금통에 모아야 하는 걸까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상냥하게 봉투를 주셨다. 그렇다. 저 봉투에 모아가면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름과 세례명을 적게 되어 있는데, 나는 예비신자인데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것도 내일 봉사자님한테 물어봐야겠다.


식사 때마다 조금씩 절약한 헌금을 한 달간 모금해서 낸다는 것이 멋진 것 같았다.
그나저나 형제 구역이라는 건 뭘까?
그리고 주일에는 미사가 꽤 많았다. 나는 주일과 수요일만 미사가 있는 줄 알았는데, 일주일 내내 미사가 참 많았다. 돌아오는 주일에는 11시 미사를 가볼까 싶기도 한데 어쩌면 또 9시에 갈지도...


매일 미사 책도 없고 성경책도 가지고 가지 않았고 미사 중에 헤매느라고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것도 있어서 성당에 다녀온 후에 집에서 성경책을 펴고 오늘의 독서랑 복음을 읽었다.


그들이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다 실행하고 지켜라.
그러나 그들의 행실은 따라 하지 마라.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
(마태 23,3)

즐거웠다. 신앙,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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