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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리 집은 불교다. 어렸을 때부터 부처님 오신 날에는 부모님 손을 잡고 절에 갔었다. 어렸을 때는 나름 불경도 공부하고 독실했었던 것 같다. 학교 앞에 와서 풍선을 나누어주며 ['붓다'는 인간이니, 신이 아니다. 그는 죽은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개신교인에게 화가 나서 그 자리에서 풍선을 터뜨렸던 기억이 있다. 어렸을 때의 종교란 이리도 영향력이 깊은가 싶기도 하다. 사실 종교적으로 기댈 곳을 찾기엔 나는 심하게 마이웨이였고,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사람이 종교의 힘을 빌린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무엇보다 좀 더 낮은 문턱으로 보였던 개신교 교회에서 성금의 크기로 사람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그 당사자가 되었을 때, 다시는 개신교는 쳐다도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캐나다, 성 패트릭 성당

굳이 누군가 답을 해주지 않아도 조용히 혼자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것은 대상이 없는 '기도'와 비슷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걱정을 지워주지 않고 조용히 기도하고 스스로 답을 구하는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때 성당을 눈여겨보게 됐다.

사실 작년 말부터 올해 중반까지 나는 참 힘든 일이 많았다. 8월에도 여전히 사람 고생을 하고 있었고 눈앞에 닥쳐 있는 힘든 일을 하나하나 해치우기에도 지쳐 나가떨어질 지경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몸도 자주 아팠다. 2017년 8월쯤. 아니 그보다 좀 더 일찍. 나는 성당을 다니고 싶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내가 속한 곳이 '수영 성당'이라는 것을 알고 전화를 했다. 친절하게 맞아주셨지만, 예비신자 교리가 이미 시작되었기 때문에 겨울쯤에 모집을 할 것 같다고 했다. 아쉬웠지만 그럼 내년 초쯤에 다시 문을 두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10월. 수술 때문에 병원에 누워 있을 때, 수영 성당에서 전화가 왔다. 예비신자 교리를 시작한다고 했다. 입교식을 주일에 하는데, 나는 병원 때문에 갈 수가 없었다. 다행히 수요일에도 교리 수업이 있었고 나는 수요반으로 교리반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내년 초쯤에 가야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분께서 부르심에 좀 더 일찍 교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별생각이 없었지만, 성당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이 시기에 교리반을 시작하게 된 것도 다 그분의 뜻이려나.

그렇게 10월 25일 수요일부터 교리를 시작했다. 이제 고작 두 번 교리 수업을 나갔다. 예정대로라면 2018년 4월 1일에 세례를 받게 된다. 기나긴 시간이라고 생각되지만, 내가 주님의 말씀을 제대로 듣고 주님께 제대로 기도를 드릴 수 있도록 공부하기에는 충분하고 넉넉한 기간이라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종교의 문턱에도 가보지 않아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인 나에겐 길다고 할 수 있는 그 시간이 충분한 준비기간이 되어 줄 거라고 생각한다.

가톨릭 신자가 된다고 해서 갑자기 깊은 신앙심이 생기거나, 내가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주님께서 보고 계시다는 생각으로, 나쁜 말을 하지 않고, 남을 미워하지 않고, 더 많이 나누고,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람으로 남도록 도와주는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살아있는 동안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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