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이다. 불금에는 본래 술 약속을 잡고 새벽까지 술을 마시곤 했었는데, 담낭 수술을 하고 나서부터는 술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 10월 초에 수술을 했는데 아직까지 술을 먹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그렇게 간절하지도 않고 꼭 먹어야만 할 일도 없어서 금주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엄마의 바람대로 5개월간은 금주를 할 예정이다. 아무튼 오늘은 불금이지만, 나는 오후의 교육이 끝나고는 할 일이 전혀 없었다. 물론 할 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고 개인 업무는 산처럼 쌓여 있었지만, 그것은 나 혼자서 처리할 일들이기 때문에 저녁 시간을 유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무엇을 할까... 저녁 미사를 가기로 했다.
금요일 저녁 미사는 7시 반에 시작한다. 저녁기도를 하고 늦장을 부리다가 5분 전에 도착했다. 늦은 것은 아니니 이대로 들어가서 미사에 참여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갑자기 배가 너무 아팠다. 담낭수술의 부작용으로 잦은 설사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것이 하필 지금 터진 것이다. 화장실에 앉아 있는데 미사가 진행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중간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배웠기 때문에 - 누가 그런 말을 한 건 아니고 인터넷을 찾아보니까 시작 전에 미리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 화장실에 나와서도 본당에 들어가지 못했다. 평일 미사 일정을 보니 금요일에는 10시와 7시 30분에 있다고 했다. 바보 같게도 나는 그것을 제대로 보지 않고 밤 10시에도 미사가 있으니 그때 참여해야겠다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밤 10시 전에 성당에 찾아갔는데 봉사자님들이 제단 앞의 꽃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밤 10시가 아니라 오전 10시. 오전 미사라는 걸 깨달았다. 예비신자 자리인 본당 맨 앞자리에 앉아서 십자고상의 예수님을 바라보며 하소연 같은 기도를 했다. 본당에 20여 분을 앉아 있었는데 처음 10분은 그러고 있었던 것 같다. 모든 것은 주님의 뜻이라고 했는데, 미사를 앞두고 화장실을 가게 만든 건 대체 무슨 의중이신 건지. 왜 오늘 저녁 미사에 참여할 수 없게 된 건지. 처음엔 좀 속상한 마음이었다. 답이 들리지 않는 일방적인 하소연 같은 기도를 계속하다가 깨달았다.
식후에 배가 아프다는 걸 알았다면 저녁식사를 좀 더 일찍 했으면 될 일이었다. 늦장을 부리지 말고 좀 더 서둘러서 걸었으면 될 일이었다. 밤 10시 미사가 있을 거라고 잘못 보지 않았으면 될 일이고, 안일하게 밤 미사에 참여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 탓에 저녁 미사가 시작된 이후인 7시 40분부터 밤 10시 미사 전까지 있지도 않을 미사를 기다리며 허송 시간을 보냈는데,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하지 않기 위한 주님의 뜻일 거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나는 그전에도 밤 10시 미사가 있다고 잘못 알고 있었고, 이번 일이 아니었다면 차후에라도 반드시 실수를 했을 것이다. 다행히 이 주에는 주일미사에도 참여했고 수요일 저녁 미사에도 참여했었다. 아쉽지만 미사를 빠뜨려도 크게 서글프지는 않았을 때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미사를 들어갈 수 없게 되면서 밖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걸려온 엄마의 전화를 받을 수 있었으니 - 미사에 들어갔다면 당연히 안 받았을 것이다 - 이 또한 모두 주님의 뜻이리라.
스스로의 잘못을 반성하기 전에 억울한 마음으로 주님께 하소연을 하고 성모님 앞에 앉아서 엄마한테 떼쓰는 아이처럼 주절주절 한 것에 대한 반성을 하며 집에 와서 묵주기도를 드렸다.
여전히 작은집에 기도대는 없기 때문에 성모상과 탁고상은 책상 한편에 있다. 탁고상 옆에 두는 기도초를 내려 불을 켜고 책을 폈다. 아직은 묵주기도의 순서를 다 외우지 못하고 기도문도 다 외우지 못한다.
기도초를 켜니 마음이 좀 더 안정이 되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일주일 안에 초를 다 쓸 것 같아서 좀 더 큰 초를 사야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묵주기도 방법과 기도 책을 펼쳐 놓고 신부님께 축복받은 묵주를 꺼내 손목에 걸고 알을 하나씩 세아리며 기도를 드렸다. 기도를 다 드리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기도를 하면서 어쩐지 묘한 전율 같은 것도 느꼈다. 아직은 배우는 중인 예비신자라서 묵상을 잘 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다.
+ 성모송을 외웠다. 5단을 드리니까 아무래도 반복을 자주 하게 되어서 빨리 외우게 되는 것 같다. 주님의 기도도 사실 이 정도면 외웠어야 하지만, 기억력이 나쁜 편이라 아직 못 외웠다. 예비자 교리 끝날 때쯤에는 예비신자 카드에 있는 기도문은 다 외웠으면 좋겠다.
금요일 저녁 미사는 7시 반에 시작한다. 저녁기도를 하고 늦장을 부리다가 5분 전에 도착했다. 늦은 것은 아니니 이대로 들어가서 미사에 참여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갑자기 배가 너무 아팠다. 담낭수술의 부작용으로 잦은 설사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것이 하필 지금 터진 것이다. 화장실에 앉아 있는데 미사가 진행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중간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배웠기 때문에 - 누가 그런 말을 한 건 아니고 인터넷을 찾아보니까 시작 전에 미리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 화장실에 나와서도 본당에 들어가지 못했다. 평일 미사 일정을 보니 금요일에는 10시와 7시 30분에 있다고 했다. 바보 같게도 나는 그것을 제대로 보지 않고 밤 10시에도 미사가 있으니 그때 참여해야겠다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밤 10시 전에 성당에 찾아갔는데 봉사자님들이 제단 앞의 꽃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밤 10시가 아니라 오전 10시. 오전 미사라는 걸 깨달았다. 예비신자 자리인 본당 맨 앞자리에 앉아서 십자고상의 예수님을 바라보며 하소연 같은 기도를 했다. 본당에 20여 분을 앉아 있었는데 처음 10분은 그러고 있었던 것 같다. 모든 것은 주님의 뜻이라고 했는데, 미사를 앞두고 화장실을 가게 만든 건 대체 무슨 의중이신 건지. 왜 오늘 저녁 미사에 참여할 수 없게 된 건지. 처음엔 좀 속상한 마음이었다. 답이 들리지 않는 일방적인 하소연 같은 기도를 계속하다가 깨달았다.
식후에 배가 아프다는 걸 알았다면 저녁식사를 좀 더 일찍 했으면 될 일이었다. 늦장을 부리지 말고 좀 더 서둘러서 걸었으면 될 일이었다. 밤 10시 미사가 있을 거라고 잘못 보지 않았으면 될 일이고, 안일하게 밤 미사에 참여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 탓에 저녁 미사가 시작된 이후인 7시 40분부터 밤 10시 미사 전까지 있지도 않을 미사를 기다리며 허송 시간을 보냈는데,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하지 않기 위한 주님의 뜻일 거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나는 그전에도 밤 10시 미사가 있다고 잘못 알고 있었고, 이번 일이 아니었다면 차후에라도 반드시 실수를 했을 것이다. 다행히 이 주에는 주일미사에도 참여했고 수요일 저녁 미사에도 참여했었다. 아쉽지만 미사를 빠뜨려도 크게 서글프지는 않았을 때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미사를 들어갈 수 없게 되면서 밖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걸려온 엄마의 전화를 받을 수 있었으니 - 미사에 들어갔다면 당연히 안 받았을 것이다 - 이 또한 모두 주님의 뜻이리라.
스스로의 잘못을 반성하기 전에 억울한 마음으로 주님께 하소연을 하고 성모님 앞에 앉아서 엄마한테 떼쓰는 아이처럼 주절주절 한 것에 대한 반성을 하며 집에 와서 묵주기도를 드렸다.
여전히 작은집에 기도대는 없기 때문에 성모상과 탁고상은 책상 한편에 있다. 탁고상 옆에 두는 기도초를 내려 불을 켜고 책을 폈다. 아직은 묵주기도의 순서를 다 외우지 못하고 기도문도 다 외우지 못한다.
기도초를 켜니 마음이 좀 더 안정이 되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일주일 안에 초를 다 쓸 것 같아서 좀 더 큰 초를 사야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묵주기도 방법과 기도 책을 펼쳐 놓고 신부님께 축복받은 묵주를 꺼내 손목에 걸고 알을 하나씩 세아리며 기도를 드렸다. 기도를 다 드리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기도를 하면서 어쩐지 묘한 전율 같은 것도 느꼈다. 아직은 배우는 중인 예비신자라서 묵상을 잘 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다.
+ 성모송을 외웠다. 5단을 드리니까 아무래도 반복을 자주 하게 되어서 빨리 외우게 되는 것 같다. 주님의 기도도 사실 이 정도면 외웠어야 하지만, 기억력이 나쁜 편이라 아직 못 외웠다. 예비자 교리 끝날 때쯤에는 예비신자 카드에 있는 기도문은 다 외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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